가을이 내게로 왔다 나 기 황 배수지 한 편 공원벤치에 앉으면 바람 한 점도 쓸쓸하니 살갑다 발끝에 알짱거리는 낙엽도 억겁億劫의 시간 속에 마주 친 인연의 부스러기 일진대 온 천지 불붙는 단풍을 어쩌나 싶어 상심傷心은 외려 차분해진다 주어진 인생의 한 때, 매순간 거저 얻은 듯 맘 비우고 기쁘게 살라고 지천으로 번진 불꽃 속을 걸어 분주한 삶의 인연들을 데리고 가을이 내게로 왔다 나기황 시집 <겨울에도 피는 꽃>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