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의 노을처럼
이 길 원
우리 서호의 노을처럼 살자
새벽안개 가르며 이슬을 녹이는
찬연한 빛깔이 아니라
바람에 일렁이는 갈대숲 그늘 어디선가
푸드득 물새 나는 저녁 어스름
서호에 내리는 노을처럼
보일 듯 보일 듯
조금씩 다른 빛깔의 미소로
우리 서호의 강물처럼 흐르자
물보라 일으키는 도도한 강물이기보다
청둥오리 쉬어가는 갈대숲 만들며
날마다 빛깔을 달리하는
노을을
등에 지고 가는
서호의 강물처럼
멈춘 듯 소리 없이
세상의 언어가 아무리 혼탁해도
서호의 강바람에 귀를 놓으면
물새들 지저귀는 사랑이야기
간간히 묻어나고
먼 하늘 돌던 바람을 삼킨 노을은
북소리 되어 가슴을 울릴 텐데
이 눈빛 또 어디로 가리오
이길원 시집 ㅡ"해이리 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