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숭현 극지연구소 극지지구시스템연구부 책임연구원팀은 현재의 남극 대륙과 호주 대륙 동쪽, 뉴질랜드 사이 바다 지각 아래에, 9000만 년 전부터 위로 솟아오르고 있는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맨틀인 ‘질란디아-남극 맨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쇄빙선 아라온 호를 이용한 남극해 탐사를 통해 밝혔다. 질란디아는 지금의 뉴질랜드가 포함된 대륙으로, 현재는 상당 부분 바다에 잠겨 있다. 연구 결과는 지구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 28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남극 주위 바다 속에 존재하는 ‘중앙해령’ 가운데 일부 구간을 2011~2017년 사이에 세계 최초로 탐사한 아라온 호의 관측 결과를 이용했다. 중앙해령은 깊은 바닷속에 존재하는 해저 산맥(해령)인데, 남극의 중앙해령은 세계 전체 바다의 중앙해령 중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극지연구소 연구팀은 남극 중앙해령 가운데에서도 남극과 호주 동부 및 뉴질랜드 사이에 위치한 ‘호주-남극 부정합’이라는 지형 동쪽에서 납과 스트론튬 동위원소의 비를 측정했다.
관측 결과, 해당 지역의 맨틀의 동위원소 구성비가 주변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이렇게 구성비가 다른 구간이 해령을 따라 가늘고 길게 뻗어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이 지역에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대규모 맨틀 상승 현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맨틀은 약 9000만 년 전부터 솟아오르기 시작했으며, 지표에 도달해 당시까지 하나의 대륙으로 합쳐져 있던 남극과 호주, 뉴질랜드(질란디아)를 두 개의 각기 다른 대륙으로 쪼갰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이 맨틀은 지표 가까이에 도달한 뒤에는 수평으로 이동했는데, 이 때문에 남극 대륙과 질란디아 사이가 벌어지고, 최근까지 뉴질랜드를 계속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전지구적 맨틀 순환과 진화 과정을 더 정확히 규명하기 위한 방향으로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